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새해 한국 경제가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와 대외 불확실성이 체감경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해 12월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경기 전망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4%가 올해 경제 상황이 ‘현재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3.8%로, 부정적 전망이 12.6%포인트 높았다.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고환율 영향이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에 반영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리얼미터는 반도체 업계의 호황에도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부진과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온도 차가 뚜렷했다. 광주·전라에서는 ‘좋아질 것’이 53.8%로 ‘어려울 것’(20.8%)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어려울 것’이 60.8%로 가장 높았고, 부산·울산·경남도 52.8%로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71.1%가 경기 악화를 전망한 반면, 진보층의 59.0%는 개선을 기대했다. 중도층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42.7%, 긍정적 전망이 34.4%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에서 낙관론이 소폭 우세했으나, 18~29세와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56.8%, 55.3%가 경기 악화를 예상해 상대적으로 비관적 인식이 강했다.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로는 ‘물가 안정’이 29.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기업 규제 완화 및 투자 활성화’, ‘수출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 ‘일자리·고용 확대’, ‘가계부채 및 금리 부담 완화’ 순이었다.
실물 경기 전망은 어둡지만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엇갈렸다. 올해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돌파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 있다’는 응답이 48.7%로 ‘없다’(42.5%)보다 다소 높았다.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는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완화’가 가장 많이 선택됐고, ‘다주택자·투기 수요 규제 강화’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