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神前에 바치는 제단 장식물)를 신사에 보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직접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 봉납으로 대신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는 전임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재임 중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해 한중 등 주변국의 반발을 샀던 것과 대조된다.
한편 NHK는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이번 추계 예대제(19일까지) 기간 동안 참배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갈등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행보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각료 시절부터 매년 봄·가을 예대제와 패전일(8월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대표적 보수 정치인이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 선출 이후에는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하며 이전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치른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합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90%인 21만3000위가 태평양전쟁 관련자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총리나 각료의 참배는 한중 등 아시아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일으켜왔다.
이번 공물 봉납은 ‘참배는 피하되 보수층의 상징 공간과의 관계는 유지한다’는 이시바식 절충으로 풀이된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전쟁 책임 인식과 보수 정치의 상징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