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준칙 4.0은 언론이 자살 사건을 다룰 때 ‘자살’이나 ‘극단적 선택’ 같은 표현 대신 보도 자체를 자제하고, 관련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구체적으로 △자살 사건은 가급적 보도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법·도구·장소·동기를 보도하지 않는다 △고인의 인격과 유족 사생활을 존중한다 △자살예방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같은 지침은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을 촉진)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실제 2010년 호주 연구에서는 통계적 수치 중심의 보도가 감정적 서술을 동반한 보도에 비해 자살률을 더 낮춘 사례가 확인됐다.
반면 ‘파파게노 효과’는 위기 극복 사례 보도가 자살률 감소에 기여한다는 개념이다. 위기 상황의 개인이 도움을 받아 다시 삶을 선택한 사례를 보도할 때, 자살 예방 메시지와 자원 안내가 결합되면 자살 충동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보도 방식 자체가 대중 심리에 긍정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예방에 도움이 될지는 논란이 남는다. 그러나 현행 지침은 표현 금지보다는 선정적·구체적 보도를 줄여 모방 위험성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둔다. 실제로 가이드라인 준수가 위기 대응 의지를 높이고, 상담 기관 연결 의향을 강화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한편, 공인의 자살 후 언론이 일방적으로 미화하거나 과도하게 비난을 거두는 관행은 베르테르 효과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보도준칙은 고인 평가는 자제하나, 공인의 공적 잘잘못을 사후에도 엄격히 검증해 책임을 묻는 것은 언론의 알권리와 공익적 견제라는 차원에서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용어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보도 내용이 모방을 부추길지, 위기 회복 사례를 제공해 용기를 줄지에 대한 균형이다.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여부에 앞서, 비극의 충격을 줄이면서 생존 가능한 대안을 적극 제시하는 보도 풍토가 형성될 때 자살률 감소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