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연계해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확대를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가 방위비 분담 문제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비관세 장벽 해소와 함께, 주일미군 관련 방위비 증액을 대미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외교적 긴장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일미군 주둔 경비는 일본 정부 예산상 ‘배려 예산’으로 불리며, 방위성은 이를 ‘동맹 강인화 예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미일 안보동맹 이행을 위한 실질적 부담 항목으로, 기지 종업원 임금, 항공기 격납고 정비, 전기·수도요금 등 주둔 관련 실비 대부분이 포함된다.
원칙적으로 미군 주둔 비용은 미측이 부담하게 되어 있으나, 일본은 1978년부터 점진적으로 일부를 분담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방위청 장관 가네마루 신이 “동맹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배려”라고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일본은 2022회계연도부터 2026회계연도까지 5년간 총 1조551억 엔, 한화로 약 10조6천억 원에 달하는 주둔 경비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2025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약 2조3천억 원이 책정돼 있다.
현행 분담 협정은 2027년 3월 만료되며, 미일 양국은 내년까지 후속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이 와중에 트럼프가 차기 재임 가능성을 높이며 방위비 대폭 인상을 언급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일본에 연간 80억 달러, 약 11조4천억 원의 방위비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본의 기존 분담액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방위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해 왔으며, 집단 자위권 법제화와 전수방위 원칙 수정 등을 통해 동맹 수행 능력을 강화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나 독일에 비해 일본의 분담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부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은 관세와 안보 문제를 연계한 협상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안보 문제는 관세 협상과는 별개의 트랙”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NHK에 출연해 “무역과 안보를 묶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총리는 “서두르지 않고 가장 좋은 시기를 선택해 미국을 방문하겠다”며, 관세 조치에 따른 국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보조와 휘발유 가격 인하 방안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은 미일 안보동맹의 기초적 문제이자, 대미 외교의 시험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대응 기조와 외교 전략이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