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9일 발효된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철회를 재차 요청했다. 일본은 이 조치로 건설기계와 식품 등 폭넓은 산업군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도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에 유감을 전하고 이번 조치의 재검토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범위한 무역 제한 조치는 미일 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다자간 무역체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 조달 지원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산 제품에는 24%의 관세가 일괄 적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건설기계, 식품 등 미국 수출 주력 품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건설용 및 광산용 기계는 2023년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4.7%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일부 의료기기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전날 범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대응 수위를 ‘국난’ 수준으로 상정했다. 하야시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은 없지만 적절한 시기에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에서는 농산물 시장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일본과의 협의에서 농산물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일본의 방어적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는 일본의 수출 장벽으로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현지 언론은 미국이 일본에 요구할 주요 사안으로 엔화 약세, 비관세 장벽, 알래스카산 LNG 개발 등도 의제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여당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내부에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민생 부담을 덜기 위해 일률적 현금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만엔(약 30만원) 지원안이 유력한 가운데, 일부 의원은 10만엔(약 100만원) 수준의 고액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대규모 지원이 현실화되면 수조 엔 규모의 재정이 필요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역시 추경 편성과 함께 소비세 감세를 요구하고 있어 정치권 전반의 대응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