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년 넘게 지속된 전쟁에서 30일간의 임시 휴전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러시아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러시아가 수용할 경우 2022년 2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전쟁의 포성이 멎게 된다.
미·우크라, 사우디서 9시간 회담 후 합의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열고 3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접촉을 통해 “상호주의 원칙이 평화 달성의 핵심”임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휴전안은 애초 우크라이나가 제안했던 공중·해상에서의 제한적 휴전이 아닌, 지상까지 포함한 전면적 휴전으로 확대됐다. 또한 30일 휴전 기간은 당사국 간 합의에 따라 연장 가능하다.
미국, 우크라 지원 재개… 장기적 안전보장도 약속
미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를 즉각 재개하고 무기 지원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장기적 안전보장 방안과 광물자원 개발 협정 체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성명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고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정을 신속히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협상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합의 후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번 휴전을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푸틴도 동의하길 바라”… 러시아 반응 신중
미국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와의 후속 협상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러시아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푸틴도 (휴전안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번 주 중 직접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11일 또는 12일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호응을 촉구했다.
휴전이 성사될 경우, 양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처리 문제와 러시아의 재침공 방지를 위한 안전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한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석방,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국 문제도 후속 협상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휴전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최근 쿠르스크 등 주요 전선에서 승기를 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조건의 휴전안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락하는 듯 보이다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하며 협상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정권교체나 유럽평화유지군 배치 등을 새롭게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접촉을 예정하고 있으며, 완전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공동성명의 문구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이번 휴전안이 실제로 성사될지,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