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기노쿠니야’라는 이름을 쓰는 기업으로 고급 식료품 슈퍼마켓 체인과 대형 서점 체인이 있다. 두 기업은 이름 때문에 같은 계열로 혼동되기도 하지만, 창립 역사나 자본 구조 면에서 전혀 무관한 별개 회사다 . 슈퍼마켓 기노쿠니야(紀ノ国屋)는 식품 소매 분야, 서점 기노쿠니야 쇼텐(紀伊國屋書店)은 출판·서적 유통 분야에서 각기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고급 과일가게에서 일본 최초 슈퍼마켓으로 기노쿠니야 슈퍼마켓은 1910년 도쿄에서 과일 전문점으로 시작했다 . 창업자였던 마스이 도쿠오(増井徳男)는 태평양전쟁 시기 물자통제로 고급 과일 판매가 어려워지자 가게를 한때 접었다가, 종전 후인 1949년 과일과 채소 가게로 다시 문을 열었다 . 이후 미국의 자가서비스 식료품점을 본보기로 1953년 도쿄 아오야마에서 셀프서비스 방식 슈퍼마켓을 도입했고, 이는 일본 최초의 셀프서비스 슈퍼마켓으로 평가된다 .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식품 종합 소매회사로 성장한 기노쿠니야는 시대를 앞선 상품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예컨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치즈를 항공 수입하여 판매하고 주스 자동판매기를 설치했으며, 일찍이 고급 아이스크림 판매에도 나서는 등 새로운 식품 문화를 선도해왔다 . 2010년에는 JR동일본이 기노쿠니야를 인수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주요 철도역 내 매장(「KINOKUNIYA Entrée」 브랜드 등)을 늘리는 등 철도계 기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
일본 대표 서점 체인의 역사와 문화사업 紀伊國屋書店(Kinokuniya 서점)은 1927년 도쿄 신주쿠에서 다나베 모이치에 의해 창립되었다 . 전후 법인으로 재출범한 이 회사는 일본 전역에 체인망을 구축한 ‘내셔널 체인’ 서점으로 성장했고, 미국과 동아시아 등 해외에도 지점을 열며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 현재 기노쿠니야 서점은 도서·잡지 판매를 주력으로 하면서 출판 사업도 병행하는 종합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창립자 다나베 모이치가 출판·예술계에서 활약한 인물인 만큼, 회사도 일찍부터 문화사업에 힘써왔다. 자체적으로 문학상 겸 연극상인 ‘기노쿠니야 연극상’을 제정하고 신주쿠 본점 건물 내에 기노쿠니야 홀 등 공연장을 운영하는 등 서점업을 넘어 예술문화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
같은 이름 외에 교차점 없는 별개 기업 두 기노쿠니야는 이름의 유사성 외에는 창립 배경부터 사업 분야, 소유 구조까지 완전히 다르다. 슈퍼마켓 기노쿠니야는 과일가게로 출발해 식품 전문 체인으로 특화되었고, 현재는 JR동일본 그룹에 속해 있다 . 반면 기노쿠니야 서점은 순수 민간 기업으로서 서점·출판 분야의 사업을 펼쳐왔으며, 슈퍼마켓 기노쿠니야와 역사적으로나 자본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 즉 두 회사는 우연히 상호(商號)가 비슷할 뿐, 계열 관계가 아닌 별개의 브랜드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