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은 국회의원 정수(의석 수) 감축 논쟁이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후 일본 정치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정수削減(삭감)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는 이념·조직·기반이 얽힌 일본 정치의 ‘철의 삼각’(Iron Triangle)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보수 여당인 자민당(自民党)은 의석 감축 논의를 ‘논외(論外)’로 치부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국 조직망과 지역구 기반을 바탕으로 한 자민당에게 정수 축소는 곧 권력의 축소이자 지역 지배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이 “기업 정치자금 규제보다 정수 감축이 국민에게 설득력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여론 대응용 수사에 가깝다. 핵심은 체제 유지다.
반면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는 10% 감축을 내걸며 ‘작은 정부·작은 정치’ 이미지를 강조한다. 오사카 기반의 이 개혁 성향 정당은 도쿄 중심 정치에 대한 불만을 흡수하며 지방분권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개혁 포퓰리즘의 성격이 강하지만, ‘기득권 정치 타파’라는 상징 효과는 크다.
야당의 입장도 미묘하다. 입헌민주당(立憲民主党)은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국민 신뢰 회복을 정치개혁의 본질로 본다. 국민민주당(国民民主党)은 기업·단체 기부금 규제와 정수 감축이 혼동되어 “정치적 제스처로 흐른다”고 비판하고, 공명당(公明党)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한다. 창가학회(創価学会)를 기반으로 한 공명당은 비례대표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이기에, 정수 감축은 곧 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이처럼 정당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이유는 일본 민주주의가 여전히 지역·조직·종교·이익집단으로 연결된 ‘체제 보존형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학자들이 지적하듯, 정수削減 논의는 “국민은 감축을 원하지만 정치인은 이를 막는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한국과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그 대비가 선명하다. 한국에서는 정수 확대 논의조차 ‘세비 잔치’로 여겨질 만큼 정치 불신이 제도 신뢰를 앞서고, 미국은 의석수 논쟁보다 지멘더링과 상원 대표성 불균형 등 제도 개혁이 중심이다. 일본의 경우, ‘정치 효율 대 대표성’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결국 일본의 의원 정수削減 논의는 ‘작은 정치냐, 책임 있는 정치냐’의 선택지다. 의석수를 줄인다고 정치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정치의 질, 책임의 범위, 제도의 신뢰다. 일본 정치가 구체제의 관성을 넘어 시민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려면, 정수削減보다 정치적 책임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야말로 전후 보수체제가 자가복제를 멈추고,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갱신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