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인프라와 군 복무 부담, 비전 없는 행정이 유망주의 이탈을 자초하고 있다.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일본은 호주에 2-3으로 패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17세 이하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 경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후반 교체 투입돼 골을 터뜨린 ‘김정민의 아들’ 다니 다이치였다.
다이치는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불과 8분 만에 득점을 기록하며 일본의 반격 발판을 마련했다. 앞선 두 경기 결장으로 부담이 컸다는 그는 경기 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해 각오를 다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말했다.
다이치는 한일 이중국적으로, 중학교까지는 한국 유스팀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3학년 시절 일본 J리그 사간 도스로 유학을 결정했고, 결국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일본 축구 전문지와 인터뷰에서는 “더 강한 팀, 더 높은 레벨에서 뛰고 싶었다”며 일본행을 자발적으로 택했음을 밝혔다.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아픈 손실이다. 장래 국가대표까지도 노릴 수 있는 유망주가 라이벌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 배경에는 명확한 현실이 있다. 한국의 축구 인프라는 일본에 비해 현격히 뒤처진다. 천연잔디 구장은 부족하고, 청소년 지도 시스템도 엘리트 중심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병역이라는 제도적 장벽은 해외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다이치의 선택을 두고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씁쓸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나 같아도 일본 간다”, “일본이 훨씬 선진적이다”, “이런 행정이라면 누가 한국을 선택하겠나”는 반응이 이어졌다. 애국심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현실적인 지원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한다는 선수의 선택에 누가 비판할 수 있겠나. 다이치의 활약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하며, 오히려 한국 언론의 주목을 전했다.
한국축구가 이와 같은 유망주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감정적 호소나 소속감에 기댄 시스템이 아닌, 실질적인 인프라 개선과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수는 성장할 수 있는 곳을 택할 뿐이고, 그 선택은 언제든 이성적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 드러났다.